산양 찾아 삼만리. 설악산을 누빈다
겨울 설악산은 체감온도 영하 20도. 설악산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향하는 박그림씨. 일흔이 넘어도 얼음 같은 계곡물을 맨발로 건너고, 눈 덮인 설악산 골짜기로 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설악녹색연합 대표인 박그림씨는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산양을 찾아 설악산을 누볐다. 이유는 친구 같고 형제 같은 산양을 향한 그리움 때문이다. 사람의 간섭이 없는 기간에는 어김없이 담비, 노루, 멧돼지, 산양의 흔적이 눈에 띈다.
산양의 서식지를 확인하기 위해 박그림씨가 설치한 무인카메라가 15대…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에서는 설악산 전역에 걸쳐 185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사 및 관찰을 하고 있다.
그렇게 밝혀진 산양의 개체 수는 230여 마리. 산양의 주요 서식처는 암반지대이기 때문에 박그림씨는 산양이 주로 사는 바위 밑에서 비박을 하면서 산양을 만날 꿈을 꾸지만, 직접 만나기는 천운에 가까운 일이다.
번식기인 11월 짝짓기철 카메라에 잡힌 암수의 모습만 봐도 살아있는 설악산을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박그림씨다.
설악산국립공원, 위기에서 구하다
그동안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수차례 있어왔다.
그는 10년이 넘은 해묵은 개발과 보존의 논란이 불거져 나올 때 마다 설악산 지킴이로 투쟁의 역사 한가운데 있었다.
산양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일에 두고 볼 수만 없었던 것. 오색에서 끝청 아래까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던 일은 지난 9월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이 났다.
박그림씨는 오색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위해 강원도청 앞에서 천막농성 445일, 원주지방지방환경청 앞에서 비박 농성 364일, 광화문에서 50일, 서울역 앞에서 40일, 또 설악산 다섯 개 법정 탐방로 전체를 모두 오체투지로 올라가기도 했다.
아름다운 설악산은 늘 보존 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은 22개… 설악산은 산 자체가 천연기념물 171호에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국립공원 등 다섯 개의 보호 장치가 있음에도 설악산 오색 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남은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양 주요 서식지 중 하나인 남설악 오색 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산양의 서식에 큰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정류장이나 지주가 세워질 곳은 나무를 모두 베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연대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힘을 보태 결사적으로 설악산을 위기에서 구하려 한 것이다.
설악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실
그가 서울살이를 접고 속초로 내려왔을 때가 1992년. 그때 당시 뜨거운 환경 이슈가 있었다. 청초호 매립 계획이다.
청초호 되살리기 시민모임 회원들을 만나 설악녹색연합 대표로 그 일에 합류하기 시작해 이 곳에 정착하게 된 지가 어언 30년 가까이 되는 박그림씨. 청초호 되살리기 운동으로 청초호 전체 매립지에서 4/10만 매립하게 됐고, 그나마 반 이상을 지켜낸 덕에 아직 바닷물이 들어오는 호수에 철새들 수십 여 종이 찾아온다.
설악산 전망이 가려질 만큼 우뚝 솟은 아파트, 빌딩 숲들이 경관을 해치고, 매해 100여 종의 철새들이 오던 호수는 종과 개체수가 줄어 아쉽지만 그나마 환경운동의 힘으로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이다. 뿐만이 아니다. 2016년에 국립공원에서 처음으로 등산로를 잇는 휴게소를 철거하게 됐는데, 그곳이 미시령휴게소다. 휴게소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백두대간의 생태축을 단절시킨다는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한 덕분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지자체와 함께 백두대간 생태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휴게소를 철거했고, 조금씩 숲이 되살아나고, 짐승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길이 되고 있다.
박그림씨는 겨울철 동물의 똥이 발견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희망을 갖는다.
박그림씨의 새해 소망은 두 가지
박그림씨의 새해 소망은 두 가지다. 설악산 곳곳에 있는 인공시설물들을 점검해서 철거하는 것과 그동안 보고 느끼고 수집해 온 설악산과 산양에 대한 자료들과 본인 나름의 철학을 자라나는 세대에 알리고 전파하려는 것이다.
울산바위는 세계인들이 절경으로 꼽는 설악산의 보물이다. 기암괴석들이 웅장하게 솟은 그 모습은 앞뒤 모습이 다르게 됐다.
바위를 오르기 위한 편의 시설인 철제계단이 있는 쪽과 없는 쪽의 풍경은 현격하게 다르다. 마치 공사장으로 가는 길 같은 시설물을 자연친화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2009년 천불동계곡에 설치한 초소수력발전기는 박그림씨의 문제제기로 2013년에 철거했는데,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대신에 발전기 돌아가는 소음으로 뒤덮여 버린 적이 있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들이 있지만, 그는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 어떤 재료로 해야 할 것인가, 어느 지점까지 그 시설물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을 계속 던졌다. 인간의 편의를 우선하기 보다는 자연의 주인은 자연이기 때문에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친환경적인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게 그의 변함없는 생각이고, 공단도 변치 않는 박그림씨의 고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비선대 가는 길 전신주에 설치된 통신선을 땅 속에 매설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이렇게 작은 변화를 끌어냄으로써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유산을 잘 보존해야 되는 게 어른들의 의무라는 생각을 이제는 현장 중심의 환경교육을 통해 나누고 싶은 게 또 하나의 작은 소망이다.
구체적으로 산양 전시관을 만들고, 생태학교, 환경 교육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https://newshl.net/다큐-세상-산꾼-산양-만나러-가다/
[산꾼, 산양 만나러 가다] 30년째 설악산에 오르는 한 사람 설악녹색연합 대표 박그림씨다.
일흔이 넘도록 산양 서식지 관찰을 위해암반지대를 헤매며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 반대 투쟁으로 야생동물의 천국인 천연기념물 171호,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그는 태초에 자연그대로의 자연을 인간 편의와 안전을 위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늘도 설악산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