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바라보며 기원의 빛을 보내는 해수 사찰이자 관음사찰로 명성 높은 낙산사는 2005년 고성과 양양 지역을 휩쓴 대화재로 천 년의 기록들이 재로 변하였다. 사찰 경내의 모든 목조건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화마의 위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500년 역사의 낙산사 동종을 녹여낼 정도였다. 원통보전과 무설전 등 수많은 사람들의 기원을 담고 마음을 다독이던 장소들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모든 사람들의 마음 또한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1,300년 전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의 진신사리를 모셔 만들었다는 사찰은 관동지방의 절경으로 이름난 오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진실한 사람들의 소망과 기원을 받아준다는 관세음보살의 신통함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기원 사찰로도 이름 높다. 소나무의 숲으로 싸여 있던 사찰은 화재로 벌거벗고 나무들도 사라졌지만 검게 탄 그루터기만이 남은 자리에는 새록새록 푸른 생명들이 새로운 희망을 간직하며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거친 화마에도 자리를 지킨 해수관음상은 높이 16m의 화강암 재질로 낙산사의 가장 높은 곳에서 동해 바다를 내려다 보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랜다.
동해 일출과 멋지게 어울리는 의상대는 여전히 아름답다. 바닷길 따라 절벽 위로 자리하는 건축물은 홍련암이다. 의상대사가 동굴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연꽃을 담았다는 암자는 바닥으로 뚫린 구멍으로 낭떠러지 아래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는 신비함이 있다. 화마의 피해를 입지 않은 보타전을 중심으로 낙산사의 복원은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성급한 옛 모습 찾기가 아닌 조선 시대의 번창하였던 모습으로 새로운 사찰을 세우듯 진행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크다. 다급한 화재 속에서 원통보전 내부의 건칠관세음보살을 옮겨 보전하였던 깊은 불심으로 부처님과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는 터전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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